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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독서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 2』 서평 – 여행보다 깊은 사유의 기록

by with lily 202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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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인간의 얼굴이다”

 

도시를 여행하는 일은 단지 지도를 따라 걸으며 건축물과 경관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도시가 지나온 역사, 사람들의 삶, 남겨진 상흔과 현재를 함께 읽어내는 일이다.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 기행 2』는 바로 그와 같은 ‘깊이 있는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책이다. 이번 권에서는 오스트리아의 빈(Vienna), 헝가리의 부다페스트(Budapest), 체코의 프라하(Prague), 독일의 드레스덴(Dresden) 총 네 도시를 탐방하며, 도시를 통해 인간과 사회, 역사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낸다.


빈(Vienna) – 고전과 권위의 아름다움 속 불편함

빈은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로, ‘서유럽 문명의 정수’로 불리는 도시다. 슈테판 대성당과 쇤브룬 궁전, 벨베데레 미술관 등 찬란한 예술과 궁정 문화의 흔적이 가득하다. 그러나 유시민은 이 도시를 찬양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완벽하고 고전적인 도시의 외형 안에서 느껴지는 ‘숨 막히는 정돈됨’과 ‘이질감’을 짚는다.
그는 빈에서 “너무 완벽해서 불편했다”고 고백한다. 궁전의 정원조차 바르게 잘린 나무와 대칭 구조로 채워져 있으며, 대성당은 조각 하나하나가 철저한 질서에 의해 배치돼 있다. 인간의 손으로 재현된 완벽한 질서는 아름다우나, 그 안에서 삶의 자유로움은 배제되었는지도 모른다. 유시민은 이 도시가 주는 장엄함에 압도되면서도, 인간적인 따뜻함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한다. “빈은 내게 너무 완벽한 도시였다”는 문장은, 도시를 해석하는 작가의 비판적 인문학적 시선을 잘 보여준다.


부다페스트(Budapest) – 슬픔과 명랑함의 공존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는 다뉴브 강을 사이에 두고 ‘부다’와 ‘페스트’라는 두 도시가 결합한 형태다. 유시민은 이 도시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받은 장소로 ‘테러하우스’를 꼽는다. 나치와 공산 정권이 남긴 폭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은, 헝가리 현대사의 어두운 부분을 마주하게 만든다.
하지만 부다페스트는 단지 비극적인 도시만은 아니다. 도심을 따라 흐르는 다뉴브 강, 국회의사당의 야경, 거리의 카페와 음악은 사람들로 하여금 ‘살고 싶은 도시’로 느껴지게 만든다. 유시민은 이를 두고 “슬픈데도 명랑한 도시”라 말하며, 상처를 딛고 삶을 지속하는 인간의 강인함에 주목한다. 그는 헝가리의 역사와 사람들의 심리를 민감하게 읽어내며, 도시가 가진 복합적 정서를 세심하게 풀어낸다.


프라하(Prague) – 자유로운 보헤미안의 정신

프라하는 동유럽 도시 중에서도 특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카렐교, 틴 성당, 프라하 성 등 중세 유럽의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유시민은 프라하를 “뭘 해도 괜찮을 듯한 도시”라고 표현한다.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예술과 사상의 자유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서 프라하를 그려낸다.
작가는 특히 얀 후스와 프란츠 카프카라는 두 인물에 주목한다. 얀 후스는 교회의 권위에 맞서 싸운 종교 개혁가이며, 카프카는 근대 사회의 불안을 문학으로 풀어낸 작가다. 프라하는 이처럼 ‘반항’과 ‘사유’, ‘독립’과 ‘창조’의 정신을 품고 있는 도시이며, 유시민은 그 정신을 거리와 광장, 건물 속에서 읽어낸다.


드레스덴(Dresden) – 폐허에서 부활한 예술 도시

드레스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으로 도시 대부분이 폐허가 되었던 곳이다. 그러나 전후 복원 작업을 통해 예전의 아름다움을 거의 완벽하게 되살렸다. 유시민은 “파괴는 단번이지만, 복원은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이 도시의 회복력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
그는 드레스덴을 “부활의 기적을 이룬 도시”로 정의하며, 특히 성모교회(프라우엔키르헤)의 재건 과정을 조명한다. 그 폐허 위에 다시 세워진 건축물은 단지 건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역사와 문화, 공동체 정신의 상징이자, 인간이 어떻게 절망 속에서도 미래를 향해 걸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유시민의 시선 – 도시를 읽는 인문학

이 책은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여정이다. 유시민은 여행 중 만난 사람들, 유적지의 의미, 역사적 배경을 연결지으며 도시를 해석한다. 그는 단순히 ‘보는’ 여행자가 아니라, ‘질문하며 걷는’ 관찰자이자 사유자다.
그는 독자에게도 질문한다. “도시는 왜 이런 방식으로 변했는가?”, “이 건물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이곳의 사람들은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라고. 유시민은 독서와 마찬가지로, 여행도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깊은 의미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도시를 통해 자신을 탐색하는 여행

『유럽 도시 기행 2』는 단지 유럽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한 책이 아니다. 각 도시가 품은 역사와 사람들의 삶, 그 안에서 탄생한 문화와 사유를 함께 읽어나가는 인문학적 여행서다. 유시민은 도시를 단지 '장소'로서가 아니라, ‘시간과 인간의 기록’으로서 바라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여행이 달라진다. 건물 하나, 광장 하나를 바라보는 눈이 더 깊어지고, 도시를 걷는 발걸음에 의미가 더해진다. 단순한 관광이 아닌,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을 하고 싶은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청년들에게는 이 책이 ‘질문하는 여행자’가 되는 법을, 인생의 길을 성찰하는 중장년에게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할 것이다.


[추천 대상 독자]

  • 유럽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
  • 역사와 도시, 문화에 관심 있는 독자
  • 단순한 관광이 아닌 인문학적 여행을 꿈꾸는 사람
  • 유시민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반드시

더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유럽 여행을 꿈꾸시나요?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2』와 함께 걷는다면, 당신의 여행은 ‘생각’이라는 새로운 풍경을 더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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